시간이 축적된 것에서 지혜와 멋을 발견하고 21세기의 장인들을 새롭게 길러내는 곳이죠. 오래된 것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미래를 위해 다시 남겨집니다. 우리는 온지음과 함께, 오래 간직된 것들을 우리만의 시선으로 재창조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재해석한 '회장저고리'는 깃이나 끝동(소매 끝), 옷고름 등에 색을 넣어 꾸민 저고리입니다. 사진 속 저고리는 우리나라에서 보관되는 저고리 중 가장 오래된, 1460년대 유물입니다.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전통 쪽물을 들인 푸른 염색이 지금껏 잘 간직되어 있습니다.
전통 의복을 어떻게 캐시미어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세 달 가까이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회장을 염색할 때는 미생물을 활용한 '아쿠아인디고'라는 친환경 염색공법을 택했습니다. 소매 끝 부분에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문양으로 우리만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저고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CIRCULAR LIBRARY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공간 오픈 전부터 매일 작품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표하는 모습, 일상복으로도 입고 싶다는 감사한 의견들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겐 익숙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접하는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경험합니다. 오래된 기억을 꺼내 다시 기록해보세요. 익숙하게 잊어가던 일들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겁니다. 간직된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우리의 노력이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데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