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랫동안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들을 찾아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이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생생하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막막했던 그 시간들을 지나, 꿈의 공간을 직접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순환에 대한 모든 것을 쌓아가는 공간 CIRCULAR LIBRARY를 소개합니다.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한 LA 베니스 비치에서 7분 정도 걸으면,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듯한 작은 거리 '에보키니(Abbot Kinney)'에 도착합니다. 23년 2월, 에보키니를 찾았던 우리는 여기에서 지속가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는 이미 지속가능성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죠. 자연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그동안 우리가 찾아왔던 모습이 에보키니에서는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지역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마저도 우리가 그토록 오래 바랐던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지속가능 브랜드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었습니다.
공간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어떻게 공간 자체로 지속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고민 끝에 건물의 오래된 붉은 벽돌 벽과 건축양식은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원형' 동선과 연결된 파이프로 순환을 표현하고, 작은 오브제 하나까지도 최대한 빈티지 또는 재활용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앙 테이블은 데릭 멜란데르(Derick Melander) 작품으로 꾸몄습니다. 데릭은 버려지는 옷을 층층이 쌓아서 기하학적인 작품을 만드는 작가입니다. 데릭과 함께 의류 폐기물로 베니스 비치의 눈부신 노을을 공간에 담아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오랜 문화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지켜가는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온지음과 함께 만든 '회장저고리'도 걸었습니다. 저고리의 깃이나 소매 끝, 옷고름에 색을 넣어 꾸민 푸른빛의 회장저고리는 우리나라에 보관되는 저고리 중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우리에겐 익숙하고 오래된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소개할 현장을 기대하며 세 달 가까이 공을 들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1.5층과 정원에는 지속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공간을 꾸몄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지속적으로 업사이클 세션을 열고, 일상에서 순환을 실현하는 재미있는 생각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앞으로 르캐시미어는 서큘러 라이브러리와 함께 에보키니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순환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순환에 대해 어떤것이든 이야기할 곳이 필요하다면 우리를 찾아주세요. 함께 그려갈 새로운 여정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